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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열기 뜨거울 때 민주당 직원 '세스 리치' 괴한 총격에 사망

미국 정치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뮬러 특검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3년 만에 세간의 입방아에 다시 오른 인물이 있다.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던 2016년 여름, 의문의 죽음을 맞았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직원 '세스 리치'였다. 뮬러 특검 보고서 48페이지에는 '세스 리치'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 트럼프 진영은 세스 리치가 민주당 내부 정보를 어산지에게 전달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민주당 내부 정보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이었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이메일 유출' 사건은 그가 대통령이라는 공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래서 힐러리의 이메일을 누가 해킹했는지를 두고 이른바 '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뮬러 특검은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힐러리의 이메일은 러시아 해커들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CNN 등 주류언론은 특검 수사로 세스 리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됐는데도 극우 진영이 음모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사법 방해 의혹을 다루는 태도와는 많이 다르다. VOX 뉴스는 "이제 세스 리치에 대한 의혹을 끝낼 때"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위키리크스 어산지, '세스 리치' 살해 관련 정보에 2만 달러 현상금 걸어

2016년 7월 10일 밤, 워싱턴 DC 교외에서 걸어서 귀가하던 27살 세스 리치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여자 친구와 통화 중이던 리치는 괴한들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리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직원으로 전산 업무를 맡고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 관계자가 피습을 당해 사망했는데 당시에는 주류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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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세스 리치 모습

그대로 묻힐 뻔한 세스 리치의 죽음이 네티즌과 유튜버를 중심으로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건 한 달쯤 뒤에 줄리안 어산지가 언론에 리치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앞서 세스 리치가 사망한 뒤 보름 정도 지나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폭로했다. 이메일 폭로와 세스 리치 죽음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할 무렵 어산지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리치 사건에 왜 관심이 많냐"는 질문에 "위키리크스 출처에 위협이 될 만한 건 무엇이든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위키리크스의 정보원이 리치였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안 했지만 아니라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인터뷰가 있기 전 위키리크스는 SNS를 통해 리치 살해 사건 관련 정보를 원한다며 2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든 어산지와 리치가 연결되어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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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스 뉴스와 인터뷰 중인 줄리안 어산지

어산지의 인터뷰가 나간 이후 '리치가 민주당 내부 고발자였기 때문에 살해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경찰은 리치 살해사건을 불상의 강도에 의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단순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위키리크스에 민주당의 정보를 전달한 건 러시아 해커들이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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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BI 발표 이후 의문은 오히려 증폭됐다. 해킹을 시도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 서버에 누가 접근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클라우드 스트라이크'라는 민간업체에 전적으로 맡겼던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영역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FBI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쪽에서도 "사법 수사 전체를 민간에 넘긴 건 실수"라는 반응이 나왔다. '클라우드 스트라이크'는 민주당 전국위의 이메일을 러시아 해커들이 해킹했다고 결론지었지만, 두고두고 수사 결과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뮬러 특검 보고서도 FBI의 보고서를 기초자료로 작성됐기 때문에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이 부분에 대한 발표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있다.

위키리크스, 민주당 이메일 스캔들 '러시아 배후설' 적극 반박

민주당 전국위 이메일을 폭로한 위키리크스는 3개월 뒤 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과 그가 참모인 존 포데스타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폭로했다. 대선 정국을 뒤흔든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이었다.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은 2015년 재임 당시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공무를 본 것이 드러나 이미 수사를 받은 터였다. 위키리크스 폭로로 인한 이메일 스캔들은 FBI의 재수사를 끌어냈지만, FBI는 이 역시 2015년 개인 계정 사용 수사와 마찬가지로 무혐의로 종결했다.

당시 언론은 제임스 코미 국장이 서둘러 재수사를 종결한 배경으로 대선 개입 논란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코미 국장은 트럼프 후보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서는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강한 수사 의지를 보였던 인물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FBI가 러시아 스캔들은 키우고 이메일 스캔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치적 결론을 냈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 혐의 입증에 실패한 뮬러 특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꺼낼 수 있는 이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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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머라이가 ‘이메일 소식통’과 만났다고 주장한 장소 [출처: 데일리메일]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로 대선이 끝나고 한 달 뒤 "민주당의 내부 고발자들이 위키리크스에 이메일 정보를 넘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류 매체들이 정보기관을 인용해 '위키리크스와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성' 의혹을 앞다퉈 제기하던 때였다. 어산지의 측근인 크레이그 머라이 전 우즈베키스탄 주재 영국 대사는 2016년 12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메일은 해킹이 아니라 내부 유출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정보원과 접촉했었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공개했다.